헤어진 상대방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경찰의 통지를 받았지만 아직 법원의 승인이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판사가 승인하기 전이니 한 번 정도 연락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3일 선고한 2026도100088 판결에서 스토킹 긴급응급조치의 내용과 불복방법을 고지받았다면 법원의 사후승인 전이라도 즉시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스토킹 긴급응급조치의 효력이 언제부터 현실적인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 된 행동
사건의 피고인은 피해자와 교제하다가 헤어진 뒤 경찰관으로부터 피해자와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 접근하지 말고, 전화나 메시지 등 전기통신을 이용해 접근하지 말라는 스토킹 긴급응급조치를 통지받았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통지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메시지와 보이스톡을 보내고, 부재중 전화나 거절 전화 표시가 남도록 연락했으며, 피해자의 주거지에 찾아가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고인은 법원이 해당 조치를 승인하기 전에 이루어진 행동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다퉜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쟁점은 ‘법원 승인 시점’이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가 계속되거나 반복될 우려가 있고 범죄 예방을 위해 긴급한 경우, 사법경찰관이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경찰이 내린 스토킹 긴급응급조치가 법원의 사후승인을 받기 전에도 대상자에게 즉시 이행 의무를 발생시키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제도의 목적이 당장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스토킹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대상자는 조치의 내용과 불복방법을 고지받은 때부터 이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의 승인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연락이나 접근이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치에 이의가 있다면 정해진 불복절차를 이용해야 하며, 스스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해 위반하는 것은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까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20조 제3항은 유효한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법원 승인 전에 한 행동이라도 조치의 내용과 불복방법을 고지받은 이후라면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연락이 언제나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조치가 적법하게 통지되었는지, 어떤 내용이 고지되었는지, 연락이나 접근이 조치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고의가 인정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또한 법문은 검사가 사후승인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이 승인하지 않은 경우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사후승인 절차의 결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연락이나 접근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라면, 긴급응급조치 위반과 별도로 일반적인 스토킹범죄가 문제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우연한 마주침이나 불가피한 연락 등은 구체적인 경위와 자료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통지를 받은 직후 무엇을 해야 할까
스토킹 긴급응급조치를 통지받았다면 우선 통지서에 적힌 금지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직접 찾아가는 행동뿐만 아니라 전화, 문자메시지, 메신저, SNS 메시지처럼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사과하거나 합의를 요청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금지된 방식으로 연락했다면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조치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더라도 당사자가 임의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조치를 준수하면서 불복절차를 검토하고, 공동 물품 반환이나 자녀 문제 등 꼭 필요한 연락이 있다면 수사기관이나 변호사를 통해 허용되는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통지 이후에도 연락이나 접근이 계속될 경우 메시지 원본, 통화 기록, 발신 내역, CCTV, 차량 블랙박스, 출입기록 등을 시간순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화면을 캡처하는 데 그치지 말고 발신자와 일시가 함께 확인되도록 남겨두는 것이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스토킹 긴급응급조치가 법원 승인 이후에만 지켜야 하는 잠정적인 안내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조치의 내용과 불복방법을 고지받았다면 그때부터 즉시 준수해야 하고, 승인 전 위반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위반죄의 성립 여부는 통지 내용, 고지 시점, 실제 연락·접근 방식, 사후승인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치를 받은 사람이나 위반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 모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관련 기록을 보존하고 사건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실제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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